겨울안개
김 수 우
단추를 푸는 허공, 깊다, 길다, 뒤켠으로 꽃피는 도시가 가깝다는데 안개의 문을 여니 다시 안개문, 안개담을 돌아서니 첩첩 안개담 높다 백발된 태양이 돌아보는 그곳에 편지를 부치곤 한다
평안하신지요 내내 건강하소서
떠나는 중인가 다가오는 걸음인가 설핏한 인연들, 쿨럭쿨럭 안개 한 벌 외투로 걸쳤구나 흰민들레 피울 안개의 홀씨들 단단한 발톱들이여 오래 돌아오는 바퀴들이여 덜컹이는 애인들이여
먼 산 하나 잉태하였구나
나도 안개 너머 걸린 모자이니 안개와 함께 사라지는 한 칸 방일 테니 즈런즈런 돌아갈 그 늦된 사랑일 터이니, 안개를 떠나 안개에 닿아 밥물 같은 안개를 낳는다 한 장 편지를 받는다
내내 건강하소서 그립습니다
자, 저 풍화를 견디자
*몰락경전(실천문학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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