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길
ㅡ계곡
말이 길을 이루는 것인지
길이 말을 이루는 것인지
아니면 말과 길이 동시에
서로를 규정하고 서로 만들어 가는 것인지
아니면 제각각 따로 가는 것인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본다
미어지는 가슴들 미어졌던 가슴들 위에
포개어져 부드럽게 시간의 물살로
상처를 상처로 달래며
흘러가는 것
상처가 상처로 설명되면서
맥락을 지극히 좁게 가두면서 그래서 사실은 절대적으로 열면서
세계의 말에 이른다는 것
바위는 시대처럼 버티고 있다
그러나 비참의 말들
맥락과 맥락을 드나들며
밤의 신성함을 배웠다 가난 속에서
어느새 미어터져 밀려나면서
시간을 밀어내면서 껴안으면서 다시 밀어내면서
지극한 수동성의 능동성을
물이 된 하늘을
길이 된 말을
*꽃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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