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김 명 인
모종을 옮기던 꽃삽들이
텃밭 모서리에 꽂혀 비 맞고 있다
새벽녘, 산판으로 올라간 사내들은 이 우중
어디쯤에서 간이 대피소 차려 놓고 비 가릴까?
푸릇한 산자락이 하루 종일 펄럭거리며
봄비를 불러 모으는 시절
산 아래 여자들은 제 몸의 묘상에 새삭 틔우려고
아름드리 통나무를 싣고 돌아올 사내들
기다린다, 빗소리에 물로은 낮잠
지레 젖는 줄도 모르고!
ㅡ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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