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봄비 [김명인 ]

초록여신 2015. 4. 20. 04:47

봄비

 

 김 명 인

 

 

 

 

 

 

 

 

모종을 옮기던 꽃삽들이

 

텃밭 모서리에 꽂혀 비 맞고 있다

 

새벽녘, 산판으로 올라간 사내들은 이 우중

 

어디쯤에서 간이 대피소 차려 놓고 비 가릴까?

 

푸릇한 산자락이 하루 종일 펄럭거리며

 

봄비를 불러 모으는 시절

 

산 아래 여자들은 제 몸의 묘상에 새삭 틔우려고

 

아름드리 통나무를 싣고 돌아올 사내들

 

기다린다, 빗소리에 물로은 낮잠

 

지레 젖는 줄도 모르고!

 

 

 

 

ㅡ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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