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신 미 균
오리털 점퍼의 옆구리에서 깃털 하나 빠져나왔다. 촘촘한 박음질 사이를 빠져나오느라 온몸을 접고 구부리고 움츠렸을 텐데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깃털은 가볍게 공중에 떠있다가 멈칫멈칫 서두르지 않고 아래로 내려앉고 있다. 바람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그렇다고 선뜻 몸을 맡기지도 않는다. 혼자서 춤을 추듯 빙빙 돌기도 하고 스르르 미끄러지기도 하고 누가 잡으려 하든지 말들지 느긋하게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촘촘하게 박음질된 하늘이 구름 속으로 흩어지고 뒤뚱거리며 따라온 길들이 사라진다. 깃털은 소리를 내지도않고 남의 눈에 띄려고 하지도 않는다. 땅으로 다 내려와서는 땅을 한번 살짝 건드려보고 다시 얼른 도망가기도 하면서 장난을 친다.
자유다.
*웃기는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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