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말이여, 너는 [전동균]

초록여신 2015. 2. 17. 19:49

 

말이여, 너는

 전 동 균










꽃무리 발견한 벌들이

반원을 그리는 꼬리춤을 추듯이



모과가 익을 때면

모과나무 가지가 뿌리 쪽으로 귀를 열고 출렁이듯이



말은

사랑과 먹이를 위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때로 무용한 것,

지는 꽃과 피는 잎 사이에서

흐린 낯을 비추는 독백의 불빛이거나

바닥이 허공인

제 가슴을 향해 떨고 있는

질문의 칼날



날마다 내가 새로 배우고

또 잊어버리는,

어떤 간절함이 더듬더듬 입을 열게 하지만

나도 모르고 세상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말이여



너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




*우리처럼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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