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신경림]

초록여신 2015. 1. 13. 11:09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신 경 림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

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

몇십만이 모이는 유세장을 마다하고

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했다

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



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

큰 솜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사진관집 이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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