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행성 관측 [천서봉]

초록여신 2013. 8. 26. 19:25

행성 관측

 천 서 봉

 

 

 

 

 

 

 

불행이 따라오지 못할 거라 했다.

지나친 속도로 바람이 지나갔고 야윈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겨울, 겨울,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일찍 생을 마친 너를 생각했다.

대개 너는 아름다웠고 밤은 자리끼처럼 쓸쓸했다.

실비식당에서 저녁을 비우다 말고 나는

기다릴 것 없는 따스한 불행들을 다시 한번 기다렸다.

하모니카 소리 삼키며 저기 하심(河心)을 건너가는 열차,

왜 입맛을 잃고 네 행불의 궤도를 떠도는지,

콩나물처럼 긴 꼬리의 형용사는 버려야겠어,

말하던 네 입술은 영영 검은 여백 속으로 졌다.

 

 

그래도 살자, 그래도 살자.

국밥 그릇 속엔 늘 같은 종류의 내재율이 흐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여전히 사람이지만

나는 더이상 사람을 믿지 않는다.

 

 

시집 『 서봉氏의 가방』(문학동네, 2011)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서 [윤예영]  (0) 2013.08.26
커피의 진실 [여태천]  (0) 2013.08.26
배경이 되는 일 [문성해]  (0) 2013.08.26
행복한 산책 풀코스 이용법[조동범]  (0) 2013.08.26
냉담자 [김언]  (0) 201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