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질주
김 성 대
나는 진공 속을 달리고 있어, 너무 일직선이라 달리고 있었다는 것을 잊곤 하지. 누군가 발을 놓고 갔는데. 그건 그림자하고는 다른 걸 거야. 아빠,
나는 왜 잠이 들어서야 달릴 수 있는 걸까. 몸에 식물이 흐를 만큼 오래 잠들어 있어야 하는 걸까. 그건 우주에는 인류뿐인가, 라는 물음과 같은 고요란다. 그런 고요를 듣기 위해서는 봄을 다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빛을 터는 나비의 고요가 아니잖아. 그림자를 벗는 뱀의 고요가 아니잖아. 아빠의 등에서 나던 겨울. 바람 소리가 고요를 흔들고 있었어.
발을 좀 디뎌라. 아빠는 그림자가 없는 날이 너무 많아. 산에라도 좀 다녀라. 오래 살아도 언제 살았는지 모르는 그림자가 있단다. 조심해라. 거기에 몸을 적시는 것은 자신이 누군지 알게 되는 일일 거란다.
며칠을 잠들어도 나는 발이 닿지 않았는데. 잠을 지우면 꿈만 남을까. 꿈속에 발을 놓고 올 수 있을까.
아빠의 고요가 나를 듣고 있었으면 했지만. 나는 겨울에 남을래. 내잠의질주를조금도띄어쓰지않을거야. 내 잠에서 그만 나와줘,
* 사막 식당 / 창비, 201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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