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밤의 선인장 [진수미]

초록여신 2012. 11. 6. 05:04

밤의 선인장

 진 수 미

 

 

 

 

 

 

 

 

 

손가락에 불을 붙이고 우리는

웃는다. 공기가 아작아작 손가락을 먹어치우고,

손목을 비벼 끈 후

우리는 서로의 뺨에 불꽃을

곱게 펴 바른다.

 

 

붉은 사막이 귓속을 달리고

밤의 선인장들이

소리 소문 없이 꽃을 들었다

놓는다.

 

 

팔꿈치에 괸 물을 비우려

몸을 잠시 기울여야 했다.

붉은 볼을 켜고 우리는

뜬눈으로 사막을 걷고 있다.

 

 

사라진 손가락들이

사선으로 하늘을 죽 그으며

날아가기 시작한다.

 

 

* 밤의 분명한 사실들(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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