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연두의 내부 [김선우]

초록여신 2012. 4. 9. 09:07

연두의 내부

 김 선 우

 

 

 

 

 

 

 

 

 

막 해동된 핏방울들의

부산한 발소리 상상한다

이른 봄 막 태어나는 연두의 기미를 살피는 일은

지렁이 울음을 듣는 일, 비슷한 걸 거라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운다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웃는다고도

최선을 다해 죽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이별한다거나

최선을 다해 남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떠난다거나

 

 

최선을 다해 광합성하고 싶은

꼼지락거리는 저 기척이

빗방울 하나하나 닦아주는 일처럼

무량하다 무구하다 바닥이 낮아진다

 

 

아마도 사랑의 일처럼

 

 

 

*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창비(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