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단 한 번뿐인 일들 [하재연]

초록여신 2012. 3. 26. 08:43

단 한 번뿐인 일들

 하 재 연

 

 

 

 

 

 

 

 

 

 

 

무엇이 일어났던 걸까

세계에는 단 한 번 일어났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고

나는 생각한다.

쓸모없이 아무 쓸모도 없이.

 

 

당신의 도덕적 결심은

고기를 조금만 먹는 것이고

나의 도덕적 결심은

고기를 조금만 먹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갈고리에 걸린 살점들의 영혼을 잊고서

붉고 푸른 불꽃으로 살점들을 요리하는

나, 내가 물로 쓴 서명.

 

 

무엇이 그러니까 언제 일어났던 걸까

달리고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늦어버린 이어달리기의 소년처럼

아무 손도 내밀지 않은 막대를 찾아

끝없이 두리번거리고 있는

 

 

수선공들은

지구의 건너편에서 망가진 트랙들을 고친다.

내가 먹은 살점들을

단물 빠진 껌처럼 씹고

자라는 아기들의 단순한 식욕,

아기들이 낳은 나.

 

 

그렇게 우리는 별들이 지나간 투명한 궤도를

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억만 년 후에 혹은 일억만 년 직전에

쓸모없이 아무 쓸모도 없이.

 

 

 

*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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