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인생은 유원지 [하재연]

초록여신 2012. 2. 27. 09:40

 

인생은 유원지

 하 재 연

 

 

 

 

 

 

 

 

 

풍선들이 날립니다.

조금 덜 부푼 풍선도 애벌레 모양의 풍선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지만

모두 끝이 꽉 묶여서.

축제입니까

그림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그린 꽃들처럼 알록달록합니다.

당신이 숨을 불어넣으며

한 개에 오백 원짜리 풍선들은

지상과 작별합니다.

한 마리 양이 갖고 싶어요.

내가 없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날립니다.

맥주 거품이 터지듯 멀어져가는 휘파람들.

나는 노동을 하고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을 법니다.

당신이 풍선을 불듯

내게는 하루 치의 맥주를 마실 권리.

그리고 한 마리 양과

나 없는 내 인생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고파는 평화와

점차 희박해져 가는 당신의 안부.

 

 

 

*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 문학과 지성사, 201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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