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유원지
하 재 연
풍선들이 날립니다.
조금 덜 부푼 풍선도 애벌레 모양의 풍선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지만
모두 끝이 꽉 묶여서.
축제입니까
그림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그린 꽃들처럼 알록달록합니다.
당신이 숨을 불어넣으며
한 개에 오백 원짜리 풍선들은
지상과 작별합니다.
한 마리 양이 갖고 싶어요.
내가 없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날립니다.
맥주 거품이 터지듯 멀어져가는 휘파람들.
나는 노동을 하고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을 법니다.
당신이 풍선을 불듯
내게는 하루 치의 맥주를 마실 권리.
그리고 한 마리 양과
나 없는 내 인생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고파는 평화와
점차 희박해져 가는 당신의 안부.
*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 문학과 지성사, 201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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