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황금을 찾아서 [최금진]

초록여신 2012. 1. 1. 22:41

 

황금을 찾아서

 최 금 진

 

 

 

 

 

 

 

 

 

 

 은율, 재령,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엘도라도를 생각하면

 우리집 마당도 금 뿌리 가득한 어느 만석꾼의 밭인 것만 같다

 그러면 식탁에 달랑 올라온 김치와 밥으로 때우는 저녁상도

 푸짐한 금빛으로 넘치고

 내 이름의 '金'자도 왠지 거부(巨富)의 돌림자 같기만 하고

 설핏 든 잠은 스페인 사람들이 믿었던 엘도라도로의 통로라는 생각

 어쩌면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허물어진 방바닥 귀퉁이를

 숟가락으로 파볼 일인지도 모르는

 어젯밤 뜬금없는 누런 똥꿈을 자꾸 왕관처럼 머리에 썼다가 벗으며

 할아버지 화장터에서 주워온 금이빨을 고모는 어디에다 썼을까 하는 생각

 금반지 한 돈 물려받지 못한 처지를 비관으로 몰고 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파보는 누리끼리 낡고 오래된 금에 대한 몽상

 나에게도 금광이 있으면 좋겠다

 금지옥엽 길러서 금의환향하는 자식 생각과

 적어도 금전 걱정은 없어야겠다는 새해의 새로운 각오를 파묻어두

 토요일마다 로또방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좋을

 은율, 재령,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엘도라도

 감나무에 걸리는 햇살, 그 아래로 사금이 줄줄 흘러내릴 것 같은

 벽에다 똥칠을 해놓고, 이게 다 금이다, 넋을 놓아버린

 할머니는 행복한 연금술사

 일생에서 한번만 더 길몽을 만난다면 나도 아버지처럼 노름이나 배울까

 금값이 올랐다는 뉴스를 보면 억울하고 또 반갑다

 내일은 토요일, 복권은 여덟시까지 팔고, 일주일은 그렇게 그냥 가고

 저녁별들은 황금빛을 쩔렁거리며 빛난다

 

 

 

* 황금을 찾아서 / 창비, 2011. 10. 25.

 

 

 

지난 12월 31일 한해를 마감하면서 로또명당인 편의점에서 로또를 샀다.

1등에 대한 기대 200%.

하지만 결과는 제로였다.

 

아직도 황금을 껴안고 싶은 욕심만 끝없다.

누군가는 5장 모두 1등에 당첨되어 50억의 행운을 안았다고 한다.

진정 꿈 속에서 흑룡을 만났을까?

올해 한번만 나도 그런 흑룡을 만나 황금을 어루만져 보고 싶다.

(여전히 황금에 기뻐하며,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