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의지에 집중된
그녀의 어깨는 사원처럼 단단하다
식탁에 바랜 꽃무늬 원피스를 펼쳐놓고
그녀는 선명해질 때까지 다리고 다린다
굵어진 손마디 속 우물
여자는 오므라진 꽃을 피운다
우물 속 파문을 기억해내려 꽃을 피운다
동심원의 중심에서
별을 핥는 짐승 한 마리
그녀의 손등에 뛰어오른다
다림질을 하는 방 안에 김이 오른다
여자의 손등에도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그녀의 어깨까지 줄기가 뻗어 오른다
식탁에 꽃무늬 원피스를 펼쳐놓고
여자는 다림질을 한다
손등에 새겨진 검버섯
우물 속처럼 깊다
그 속에서 가끔씩 파문이 인다
먼지와 공기까지
그녀는 선명해질 때까지 다리고 다린다
다림질을 하는 방 안에 김이 오른다
혼자 사는 여자는 꽃을 피운다
근육이 꿈틀거릴 때마다
흐릿해진 시간이 곱게 펴진다
밤의 창문에 달이 떠오르면
그녀의 어깨에서 줄기가 뻗어 오르고
짐승이 매달려 논다
뜰에 바람이 지나가고
열매가 익는 밤
여자의 어깨 위에서 짐승이 내려와
까만 눈으로 어둠을 응시한다
보름달이 뜨는 밤엔 달 흔적이 선명해진다
흐릿해진 시간이 펴진다 달에는 우물이 있고
그 속에는 짐승이 까만 눈으로 어둠을 응시한다
가끔씩 더운 김이 달 그늘에 서린다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문학과 지성사, 2011.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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