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풍경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얼굴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있다
기차가 터널을 지난다
검은 창에 떠 있는 하나의 표정을 살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묶음의 서러움과
소량의 모멸감과
발설할 수 없는 비애가 한 톤,
기차가 자꾸 터널을 지난다
이번 터널은 길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저 표정을 의심한다
시간이 준 안감힘이 물거품이 된다
발설될 수 없는 고통이 한 그루,
기차는 자꾸 터널을 지난다 반대편에서 누군가 수십 개의 내 얼굴을 바라본다
창밖엔 규정되지 않은 풍경들이 줄지어 서 있다
* 기억의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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