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터널 [조용미]

초록여신 2011. 9. 24. 09:42

 

 

 

 

 

 

 

 

 

창밖 풍경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얼굴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있다

기차가 터널을 지난다

검은 창에 떠 있는 하나의 표정을 살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묶음의 서러움과

소량의 모멸감과

발설할 수 없는 비애가 한 톤,

기차가 자꾸 터널을 지난다

이번 터널은 길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저 표정을 의심한다

시간이 준 안감힘이 물거품이 된다

발설될 수 없는 고통이 한 그루,

기차는 자꾸 터널을 지난다 반대편에서 누군가 수십 개의 내 얼굴을 바라본다

창밖엔 규정되지 않은 풍경들이 줄지어 서 있다

 

 

 

 

* 기억의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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