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멸망해버리기 전에
먼저 멸망해야 한다
떨어진 흰 단추를 셔츠 깃에 매달 때
생각하면
내가 분실해온 가을들은
어디서 뒹굴고 있는지
희게 퇴색한 옛빛의 단풍이
내게 잘 끼워지지 못한 채
저 혼자 외딴 길에 누워 있으리니
여태 한 번 단풍에 눈멀지 않은 내가
오늘 갑자기 타오르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지금, 명말하기 좋은 시절 다가와
낭떠러지를 가리킨다
이 위험한 육신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고
마지막으로 고개 젓는다
무모한 바람 분다
이 바람 벗어나야만
구름다리에 걸린 태아 적 단춧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
* 열꽃 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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