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자서 [김규린]

초록여신 2011. 4. 7. 09:43

 

 

 

 

 

 

 

 

 

 

 

 

 

누가 멸망해버리기 전에

먼저 멸망해야 한다

떨어진 흰 단추를 셔츠 깃에 매달 때

생각하면

내가 분실해온 가을들은

어디서 뒹굴고 있는지

희게 퇴색한 옛빛의 단풍이

내게 잘 끼워지지 못한 채

저 혼자 외딴 길에 누워 있으리니

여태 한 번 단풍에 눈멀지 않은 내가

오늘 갑자기 타오르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지금, 명말하기 좋은 시절 다가와

낭떠러지를 가리킨다

이 위험한 육신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고

마지막으로 고개 젓는다

무모한 바람 분다

이 바람 벗어나야만

구름다리에 걸린 태아 적 단춧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

 

 

 

* 열꽃 공희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들집 [이영광]  (0) 2011.04.11
문안 [조정권]  (0) 2011.04.07
사랑의 미안 [이영광]  (0) 2011.04.07
억새를 배경으로 한 수첩 [김규린]  (0) 2011.04.06
녹색 [이영광]  (0) 201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