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들이 살고 있는 골목
입구에 오렌지빛 가로등
낮에는, 오렌지 나무
경사진 길을 따라 오렌지들 골목으로 굴러 들어가고
쥐들은 나무에서 굴러오는 열매를 받아먹으며 자랐다
몸에는 아주 짧은 솜털
너무나 투명한 오렌지빛
골목에 날리는 솜털들
낮에도 밤에도 빛으로 즐거웠다
골목에서 문득
쥐들이 없어졌지만
그날도 낮엔 나무, 열매를 키웠고
밤엔 가로등, 환히 켜졌다
오렌지들은 골목으로 굴러갔다
쥐들을 마지막으로 본 건
꼬리 잘린 원숭이
햇빛 쏟아지는 날 사막을 걸어가던 쥐들
해질 녘에 모두 선인장 위에 올라가 누워버렸다고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한 쥐들
햇볕에 말라붙어 선인장의 꽃이 되었다고
자기 꼬리도 아마 그때쯤 잘린 것 같다고
오렌지 굴러드는 골목에 원숭이가 산다
오렌지빛 꼬리 달린 원숭이
* 비탈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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