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서 가장 먼
보이지 않는 정처에 마음 기울여진다
내 몸이거나 내 몸 안에 키우는 것이면서도
일상의 사소함으로 잊은 듯 지내온
분명 내 몸의 또 하나의 근원일 소중한 뿌리에
처음으로 마을 길 낸다
한 여자의 몸으로 온전했을 때는
너무도 당연해 단 한 번 애틋하게 마음 두지 않다가
별 것 아닐 것으로 여겼던 여자로서의 몸도
이제 닫히고 있다는 생각에 처음 마음 기울이게 되니
몸이 닫힌다는 것은
한쪽으론 또 다른 마음이 열리는 것이니
일상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묻혀진 것들에
눈과 마음이 더 깊숙이 기울여지고
그래도 아직 조금은 남아서 나를 지탱해주는 것들이
더없이 소중해지는 날들 많아지니
닫힌다는 것은
내 생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내 몸에 매달려 있던
애착과 욕망의 무수한 잎들도 하나 둘 떨어져서
저 바닥 가장 낮은 곳에 순하게 스며들어
또 다른 뿌리의 힘으로 돌아가리니
하루하루 열어간다고 여긴 날들이
어느새 조금씩 몸을 닫고 생을 닫으며
하나 둘 털어내고 비워지는 만큼
마음은 하루하루 공기처럼 가벼워져
저 대지의 순한 숨결이 받아줄 수 있는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니
* 손길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선 [길상호] (0) | 2010.12.19 |
---|---|
시들다 [김은숙] (0) | 2010.12.19 |
가벼운 여자 [길상호] (0) | 2010.12.19 |
사람에게 [문정희] (0) | 2010.12.19 |
마른 풀냄새를 만들다 [김은숙] (0) | 2010.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