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저녁들을 불러모아 봐
월요일 우렁해장국 화요일 육개장 수요일 조갯살미역국 목요일 토란국 금요일 버섯국 사골우거지 다시 월요일은 아내남편국 화요일은 애들국 수요일은 형님동서국, 이웃사촌국…… 몰려오네 이 따끈따끈,
아직 눈코입이 생기지 않은 저녁들
이 모든 저녁들 앞에서
묵처럼 굳어 있던 오늘이
핑그르르 군침이 도네
귀여운 메뉴들은 어깨를 흔들며 까르륵,
우선 요 적막을 젓가락으로 집어봐, 봐, 봐,
묵이 덜덜 떨면 맞은편 사람을 사랑하는 거래
근데 어쩌나 눈 없는 저녁들 이 적막 집지도 못해
입 없는 저녁들 저 적막 떼지도 못해
마음 같은 그릇만 쿡쿡 찌르다 휘젓다 파다
안타까운 저녁들 슬그머니
딴 집으로 밥 먹으러 가네
품고 온 단란한 살림을 죄다 싸들고
없었던 걸로 없었던 걸로
제 이목구비 찾아서 가네
식탁은 다시 할 일 없어 딱딱한 침대
맞은편 수저 한 벌을 끌어다 베고
엎드려 엎드려 막막한 밤
이 모든 걸 보고 있는 냉정한 유리컵만
그대 얼굴을 빤히 담아내더니
후루룩 쩝 단숨에 그댈 삼키지 말지
그래서 그대 방은 깨질 듯 배부른
위험한 그 유리컵뿐이라지
* 체크무늬 남자
…
어제는
아랫목이 따근한 그득한 상에서 새콤달콤 수다맛 곁들여진 시사랑국을 맛있게 먹었었지요.
아직도 입맛을 돋구는 그 새콤달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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