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사라지는 연분홍 가방을 톡톡 [김점용]

초록여신 2010. 11. 3. 20:09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데

네댓 살 먹은 꼬마 하나가

옆자리에 잠든 아주머니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약간 벌어진 와인색 루주의 서툰 입술

잿빛 반코트를 움켜쥔 곱은 손

굵은 손가락에 낀 두꺼운 금반지

집 나온 듯 두툼한 연분홍 비닐 가방을

차례차례 말똥말똥 쳐다본다

그러고는 어린 손을 가만히 뻗어

지퍼가 다 채워지지 않은 연분홍 가방을

톡톡 쳐본다

수십 년 저쪽 멀리 고운 손을 뻗어

보일 듯 말 듯 사라지는 연분홍 가방을

톡톡 쳐본다

 

 

 

 

* 메롱메롱 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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