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졸고 있는데
네댓 살 먹은 꼬마 하나가
옆자리에 잠든 아주머니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약간 벌어진 와인색 루주의 서툰 입술
잿빛 반코트를 움켜쥔 곱은 손
굵은 손가락에 낀 두꺼운 금반지
집 나온 듯 두툼한 연분홍 비닐 가방을
차례차례 말똥말똥 쳐다본다
그러고는 어린 손을 가만히 뻗어
지퍼가 다 채워지지 않은 연분홍 가방을
톡톡 쳐본다
수십 년 저쪽 멀리 고운 손을 뻗어
보일 듯 말 듯 사라지는 연분홍 가방을
톡톡 쳐본다
* 메롱메롱 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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