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니 목소리가 떨어져나갔다
붙어살던 말들도
모두 봄비를 신고 따라나갔다
온몸에 꽃불을 터뜨려
날 보낸다는 건
어떤 몰골을 죽도록 앓는 것
내게 목소리가 없자 귀도 먹먹해졌다
그랬었지, 그래
나를 듣던 수많은 눈빛들이
가지에 남아있다 서서히
꽃모가지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빈 목청 자리에
서늘한 달을 기울여 넣으며
안으로 안으로 이제 시큼한 설움이 익을 것
몇몇은 아직도
젖은 말의 실밥이 달려 있어
그래, 그랬었지
이제 나머지는
바람에 꽃잎을 기워넣으며
조용히 새 옷을 지을 터,
* 체크무늬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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