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살구나무 [정복여]

초록여신 2010. 11. 2. 10:45

 

 

 

 

 

 

 

 

 

 

 

자고나니 목소리가 떨어져나갔다

붙어살던 말들도

모두 봄비를 신고 따라나갔다

온몸에 꽃불을 터뜨려

날 보낸다는 건

어떤 몰골을 죽도록 앓는 것

내게 목소리가 없자 귀도 먹먹해졌다

그랬었지, 그래

나를 듣던 수많은 눈빛들이

가지에 남아있다 서서히

꽃모가지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빈 목청 자리에

서늘한 달을 기울여 넣으며

안으로 안으로 이제 시큼한 설움이 익을 것

몇몇은 아직도

젖은 말의 실밥이 달려 있어

그래, 그랬었지

이제 나머지는

바람에 꽃잎을 기워넣으며

조용히 새 옷을 지을 터,

 

 

 

 

* 체크무늬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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