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는 아직 운전석 옆이다
아는 얼굴부터 면허증을 주는
저쪽을 무면허로 한번 쳐들어가봐?
말똥거리다가 좌판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팔순 할머니와 마주쳤다
아픈 풍경들을 만날 때마다 외상 긋는 일
부끄러워 황급히 차에서 내렸지만
겨우 어린 배추 한 단과 무 세 개를 샀다
마수라며 고맙다며
환히 웃는 할머니와 이제 아는 사이다
안면을 더 사고 싶은 나는 장터를 떠도는
뜨거운 눈시울들을 긴 빨대를 꼽고
빨아 마셨다 떨이로 팔아넘길 뻔했던
허기들과 神의 주머니 사정도
오늘만은 나와 아는 사이다
* 빛의 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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