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는 사이 [박라연]

초록여신 2010. 7. 24. 23:20

 

 

 

 

 

 

 

 

 

 

내 자리는 아직 운전석 옆이다

 

 

아는 얼굴부터 면허증을 주는

 

 

저쪽을 무면허로 한번 쳐들어가봐?

 

 

말똥거리다가 좌판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팔순 할머니와 마주쳤다

 

 

아픈 풍경들을 만날 때마다 외상 긋는 일

 

 

부끄러워 황급히 차에서 내렸지만

 

 

겨우 어린 배추 한 단과 무 세 개를 샀다

 

 

마수라며 고맙다며

 

 

환히 웃는 할머니와 이제 아는 사이다

 

 

안면을 더 사고 싶은 나는 장터를 떠도는

 

 

뜨거운 눈시울들을 긴 빨대를 꼽고

 

 

빨아 마셨다 떨이로 팔아넘길 뻔했던

 

 

허기들과 神의 주머니 사정도

 

 

오늘만은 나와 아는 사이다

 

 

 

 

* 빛의 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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