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도개비기둥 [이정록]

초록여신 2010. 7. 9. 10:08

 

 

 

 

 

 

 

 

 

 

 

 당신을 만나기 전엔,

 강물과 강물이 만나는 두물머리나 두내받이, 그 물굽이쯤이 사랑인 줄 알았어요

 

 

 피가 쏠린다는 말, 배냇니에 씹히는 세상 어미들의 젖꼭지쯤으로만 알았어요

 바람이 든다는 말, 장다리꽃대로 빠져나간 무의 숭숭한 가슴 정도로만 알았어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겨울밤

 강줄기 하나가 쩡쩡 언 발을 떼어내며 달려오다가, 또 다른 강물의 얼음 진군과 맞닥뜨릴 때!

 그 자리, 그 상앗빛, 그 솟구침, 그 얼음 울음, 그 빠개짐을 알게 되었지요

 

 

 당신을 만나기 전엔,

 얼어붙는다는 말이 뒷골목이나 군인들의 말인 줄만 알았지요 불기둥만이 사랑인 줄 알았어요

 

 

 마지막 숨통을 맞대고 강물 깊이 쇄빙선을 처박을 자리, 흰 뼈울음이 얼음기둥으로 솟구쳤지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그게 바로 도깨비기둥이란 걸 알았지요 열 길 물속보다 깊은

 한 길 마음만이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을

 강물은 흐르는 게 아니라 쏠리는 것임을

 

 

 알았지요, 다 얼어버렸다는 것은 함께 가겠다는 것

 금강(金剛)기둥으로 지은 울음 한 채, 하늘 주소까지

 

 

 

 

*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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