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먼나무 [류인서]

초록여신 2010. 5. 27. 11:02

 

 

 

 

 

 

 

 

 

 

겨울나무 붉은 열매 속을 걸으며 누군가

어쩜 먼나무인 줄 알았네, 하고 탄식하듯 낮게 읊조린다

 

 

스쳐가는 그 말끝 건져올려 '먼나무 당신' 소리없이 되뇌면

머나먼, 눈먼, 나무 한 그루 떠듬떠듬 지팡이도 없이

보이지 않는 눈밭을 헛밟으며 온다

 

 

잎자루에서 이파리까지 먼나무

어둠들 청수바다 건너 노래만큼 먼나무

발자국도 그림자도 얼룩얼룩 붉은 문장 저 나무, 구름과 새도 아직 보지 못한 먼나무

 

 

 

*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