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여자의 바깥 [여태천]

초록여신 2010. 5. 27. 10:37

 

 

 

 

 

 

 

 

 

 

 

 

 

 

한 여자가 울고 있다.

그러니 여기 이 말은

온전히 그 울음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울음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날렵한 눈과 시원한 이마를 지나

점점 커지는 여자의 둘레

쌓이고 쌓인 여자의 바깥을 천천히

눈물이 덮고 있다.

 

 

여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공손하게 쓸어올리는

저 검은 머리카락이 조용히 빛날 때

나는 마지막인 것처럼 어둠 깊숙이 손을 넣어

여자의 차가운 가슴을 만져본다.

 

 

단 하나의 문장도 완성할 수 없는

납작한 감정

어느새 다 새어버린 여자가 바닥에 누워 있다.

더이상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평평해진 여자가

젖은 눈을 깜빡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도

파닥거리는 목덜미나 가냘픈 입술로도

재구성할 수 없는 여자

오직 기우뚱한 침묵으로

문장을 만드는 여자

 

 

나는 그 여자의 바깥에 서서

열심히

한 여자의 크기를 재고 있는 것이다.

 

 

 

* 창작과 비평 148 / 201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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