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울고 있다.
그러니 여기 이 말은
온전히 그 울음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울음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날렵한 눈과 시원한 이마를 지나
점점 커지는 여자의 둘레
쌓이고 쌓인 여자의 바깥을 천천히
눈물이 덮고 있다.
여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공손하게 쓸어올리는
저 검은 머리카락이 조용히 빛날 때
나는 마지막인 것처럼 어둠 깊숙이 손을 넣어
여자의 차가운 가슴을 만져본다.
단 하나의 문장도 완성할 수 없는
납작한 감정
어느새 다 새어버린 여자가 바닥에 누워 있다.
더이상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평평해진 여자가
젖은 눈을 깜빡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도
파닥거리는 목덜미나 가냘픈 입술로도
재구성할 수 없는 여자
오직 기우뚱한 침묵으로
문장을 만드는 여자
나는 그 여자의 바깥에 서서
열심히
한 여자의 크기를 재고 있는 것이다.
* 창작과 비평 148 / 2010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