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눈을 비빈다는 것 [이정록]

초록여신 2010. 3. 24. 07:52

 

 

 

 

 

 

첫나들이 나온

아기 참새들에게, 흩어지지도

저 혼자 날아가지도 말라고

어미가 다짐받고 있네요

 

 

한참 만에 어미 참새가

벌레 한 마릴 물고 왔어요

막막한 세상으로 아기들이

다 날아가버렸는데 말이에요

다섯 마리 가운데 무녀리 한 마리

녀석의 마지막 끼니가 악물려 있네요

 

 

어미의 벙어리울음을

벌레의 솜털이 다 받아내고 있어요

하늘을 날아온 저 벌레의 집에도

남은 식구들의 목멤이 있겠지요

일파만파, 세상을 조여오는 그 몸부림이

어미새의 젖은 눈길과 만나면 회오리가 일겠지요

 

 

삼킬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는

슬픈 실타래, 허공에 가득할 테니

눈을 비비는 거겠지요

그댈 만나러 갈 때마다

참새처럼 작아지는 거겠지요

눈꺼풀이 떨리는 거겠지요

 

 

 

* 정말 / 창비, 2010.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