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시 2 [장석주]

초록여신 2010. 2. 2. 18:49

 

 

 

 

 

 

 

 

 

 

 

오후 3시와 5시 사이에서

한낮이 증발하고 후두두 작은 혀들이 내려온다.

노래를 잃은 혀들!

공중을 부옇게 장악하며 내리는 혀들!

땅에 뛰어내린 혀들이 울먹이며 달려간다.

비에서는 유황 냄새가 난다.

비 냄새를 좋아하는 버섯류와 죽은 자의 머리카락이 자라고

다세포 생물의 세포에서

수억 광년의 우주가 번쩍하고 깨어난다!

내 안에서 우글거리는 시들!

시를 읽는 것은 내 세포에 새겨진

바코드를 읽는 것!

 

 

저편에 무지개가 뜬다.

무지개 아래에서 나는 나의 이방(異邦)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향해

나는 걸어가는 중이다, 천천히.

 

 

 

 

* 몽해항로 / 민음사, 2010.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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