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로 깎아 무얼 만들겠다는 거지?
100% 돼지로 만든 식탁
삼겹살과 핏줄과 신경의 무늬가 생생한 책장과 장롱
숨 쉬는 통돼지로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들어
친환경이라는 목조주택
신문에 끼어 온 전단지에서 본 그 광고들인가?
전기톱은 깊은 숲으로 가서
아름드리 라지화이트종 한 마리를 골라 베었겠네
잎과 가지가 다 흔들리도록 비명을 지르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돼지는 풀썩 쓰러졌겠네
고소한 비린내가 나무향이 되도록
사방으로 튀던 피와 비명이 무늬목이 되도록
얼마나 오랫동안
대패는 그 돼지를 쓰다듬고 핥으며 길들였을까
건강에는 역시 채식이 최고야
성인병도 예방하고 환경도 살리는 웰빙 음식 아닌가
가구나 집이 지겨워지면
미련 없이 부수어 불판 위에 올리게
구워지면서 나무는 비로소 돼지고기가 된다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구먼
이 생생한 삼겹 나이테 좀 보게
이토록 완벽한 돼지고기맛 퓨전 채식을 먹게 되리라고
예전에 누가 꿈이라도 꾸어보았겠나
* 2010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역대 수상시인 근작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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