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포위되어 자신을 겨누는 날
누군들 자신을 해치고 싶겠는가
그리운 먼 곳 저편 어디인지 몰라 아득할지라도
젖을 빨 때부터 눈엔 별이 반짝였던 것을
아파트에 서는 칠일장, 달걀이며 시금치며 두부를 파는
노인이 생각나는 겨울, 뺨을 보자기로 감싼 채
지나는 이를 애타게 올려보던 눈빛이며
다리를 저는 아들이며 골판지를 깔고 먹는 찬밥이며
누군들 누군들 따뜻한 뺨을 부비며
어미로부터 멀어지려 하겠는가
노인의 죽은 어미가 우는 밤
그 울음 끝에 노인 홀로 우는 밤
자신에게 포위되어 자신을 겨누다가
자신을 부둥켜안고 가위울리는 비명 속에서
자신이 만들어온 인생 몇 권 소설로 옮겨 적는 밤
* 시간의 동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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