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유전하는 밤 [박주택]

초록여신 2009. 11. 29. 12:03

 

 

 

 

 

 

 

 

 

 

 

 

 

자신에게 포위되어 자신을 겨누는 날

누군들 자신을 해치고 싶겠는가

그리운 먼 곳 저편 어디인지 몰라 아득할지라도

젖을 빨 때부터 눈엔 별이 반짝였던 것을

 

 

아파트에 서는 칠일장, 달걀이며 시금치며 두부를 파는

노인이 생각나는 겨울, 뺨을 보자기로 감싼 채

지나는 이를 애타게 올려보던 눈빛이며

다리를 저는 아들이며 골판지를 깔고 먹는 찬밥이며

 

 

누군들 누군들 따뜻한 뺨을 부비며

어미로부터 멀어지려 하겠는가

 

 

노인의 죽은 어미가 우는 밤

그 울음 끝에 노인 홀로 우는 밤

 

 

자신에게 포위되어 자신을 겨누다가

자신을 부둥켜안고 가위울리는 비명 속에서

자신이 만들어온 인생 몇 권 소설로 옮겨 적는 밤

 

 

 

 

 

* 시간의 동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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