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의 수기
ㅡ 고향의 푸른 집
여기 옛 그림자 어른거리는 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저수지가 보이는 찻집에 앉아
마음에 고여오는 것들에 몸을 맡긴다 억새꽃이 흔들리고
유년의 기억처럼 비뚜름히 서 있는 소나무
물의 시린 한기를 타고 오는 적거 혹은
더부룩하게 불러오는 풍경이여!
나는 적거에 숨어들어 바람을 불러들이고
희망을 빙자해 기쁨을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이토록 생을 그르친 까닭은 흙을 딛고 올라서는 것들에게서
꿈을 볼 수 없었고 가지 않은 길에 날개가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리나케 달려온 마음의 자취에는
앞질러 온 길만이 노곤한 육체를 다독거릴 뿐
슬픔과 기쁨의 차이가 이토록 멀 줄을 몰랐다
오직 깨달음을 가르쳐준 낮은 물들은
이제 그 눈빛을 거둬 별에 저장을 시작하고
어두워진 마을에서는 지붕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며
달 아래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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