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소망은 온전하다 [신현정]

초록여신 2009. 11. 10. 23:26

 

 

 

 

 

 

 

 

 

 

 

나도 내 자전거가 있었으면 하는 것으로

 

그러면 자전거를 아주 잘 탔을 텐데 하는 것이

 

그것이 우리 아버지를 지나 나를 지나 비로소 우리 애한테 가서 이루어졌는데

 

그참 이제라도 이루어지는 소망, 소망아 고맙다

 

내가 봐도 우리 애, 자전거를 참 잘 탄다

 

어쩌면 바람이 내준 자리가 아닌가 하였으며

 

바람이 내다르는 것 같았으며

 

수양버들 휙휙 늘어진, 저수물 찰랑거리는 뚝방길을 달리는데

 

바람이 바람을 가르는 것이었으며

 

새소리가 났으며

 

바퀴살은 햇살을 훼살지으며 돌았으며

 

소망은 아직도 새것인 양 반짝거렸으니 소망아 고맙다

 

허 참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보더니만

 

타라고 해서 얼떨결에 그만 손바닥만한 짐칸에 올라타고 말았는데

 

이놈 보게 처음에는 핸들에서 한 손을 떼어놓더니

 

어럽쇼 양손 다 놓아버리고 냅다 달리니

 

내 등 뒤에선 잠바가 바람이 하나가득

 

아 내 소망은 온전하였다.

 

 

 

 

* 바보사막

 

 

 

.......

그리하여 그 자전거를 타고 먼 먼 나라로 떠나가셨지요.

영원한 자전거 도둑이 되어서.

온전한 소망을 하나가득 안고서요.

(소망은 온전하였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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