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막이라는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니
출발하기에 앞서
사막은 가도가도 사막이라는 것
해 별 낙타 이런 순서로 줄지어 가되
이 행렬이 조금의 흐트러짐이 있어도
또 자리가 뒤바뀌어도 안 된다는 것
아 그리고 그러고는 난생처음 낙타를 타본다는 것
허리엔 가죽 수통을 찬다는 것
달무리 같은 크고 둥근 터번을 쓰고 간다는 것
그리고 사막 한가운데에 이르러서
단검을 높이 쳐들어
낙타를 죽이고는
굳기름을 꺼내 먹는다는 것이다
오, 모래 위의 향연이여.
* 바보사막, 랜덤하우스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하사탕 [신현정] (0) | 2009.11.07 |
---|---|
불을 지펴야겠다 [박철] (0) | 2009.11.07 |
꽃싸움 [최두석] (0) | 2009.11.05 |
가을, 담쟁이 [서동욱] (0) | 2009.11.02 |
겨울 수숫대 [박후기] (0) | 2009.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