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처량함이 있다. 혼자 밥을 먹을 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밥 알갱이들이 한 알 한 알 조개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자꾸 집중하다보면 손이 움직이고, 입이 열리고, 밥 알갱이들이 어두컴컴한 통로로 쏟아져 들어가는 일이 마치 석탄을 파내서 트럭에 싣는 일 같기도 하고, 불구덩이 위에 뿌리는 일 같기도 하다. 이 동작을 반복하다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밥을 퍼 넣는 손이 피가 돌지 않는 포크레인처럼 보이는 너무나 슬픈 순간이 있다.
나의 식도는 자주 막힌다. 막힌 통로에 적당한 시간 차를 두고 뭔가를 털어 넣어야 하는 건 아주 오래된 저주다. 먹어야 사는 저주는 사실 생의 어느 순간에서든 동일하다. 이빨 하나 남지 않은 입을 오물거리며 감당하기 힘든 크기의 수저를 빨고 있는 노인네를 볼 때마다 나는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다.
추해서가 아니라 삶이 너무
지독해서다.
* 시작詩作, 2009년 가을호 [오늘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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