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비빔밥 [고운기]

초록여신 2009. 9. 6. 10:42

 

 

 

 

 

 

 

 

 

 

 

혼자일 때 먹을거리치고 비빔밥만한 게 없다

여러 동무들 이다지 다정히도 모였을가

함께 섞여 고추장에 적절히 버물려져

기꺼이 한 사람의 양식이 되러 간다

허기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비빔밥 한 그릇

적막한 시간의 식사

나 또한 어느 큰 대접 속 비빔밥 재료인 줄 안다

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그대도 내가 반가운가.

 

 

 

 

*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 랜덤하우스(2008)

 

 

 

.......

커다란 대접에 쏘옥,

고추장 수다와 비벼져서 한 그릇의 맛있는 비빔밥이 되어

어느 누군가의 허기를 잠재우고 싶은

한적한 일요일 아침에

저를 맛있게 잡수십시오.

(비빔밥을 먹으며,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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