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곡식을 팔아 애첩을 샀다가도
여름이면 애첩을 팔아 부채[扇]를 샀다는데
애첩이 있어야 팔고 말고지
햇볕을 가려주고 빗줄기도 막아주며
모기와 파리도 쫓아주는
부채의 여러 덕목으로도 한이 안 차서
방문마다 대발을 걸어 방안을 가리고는
사타구니 사이에 죽부인*을 끼고 돗자리 위에 누워
소낙빗소리로 두 귀도 씻다가
벽에 걸린 족자에서 관폭포(觀瀑布)로 시원한 물소리를 듣다가
틀어 올린 상투 위에 망건을, 망건 위에 정자관을 덧쓰고
매미소리 따라 비 그친 계곡이나 찾아 들어
별 돋는 저녁까지 탁족(濯足)했다는 선인들이
과연 몇이나 되었겠나 하고
바람이나 잘 피워줄 누구 없나 나갔는데
이왕이면 찬바람 쌩쌩 쏟아 낼 애첩을 권한다
게이에 레즈비언 등 시대도 마냥 다채로워지는데
아열대도 언제 열대로 바뀔지 모르니까
매사에 불여튼튼, 미리 미리 대비하라며
안 팔릴 조강지처**보다는 팔릴 수도 있는 애첩을 마련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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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부인: 대나무를 잘게 쪼개어 긴 통모양으로 만들어, 껴안고 다리를 걸쳐 누우면 바람이 잘 통하여 시원하게 잠들 수 있는 여름취침용 물품으로, 남성용은 竹夫人이었고, 여성용은 竹奴라고 했으나, 모양은 비슷하고 크기는 죽부인보다 죽노가 좀 작았음
** 조강지처: '糟糠之妻 不下堂'이라는 중국 후한서의 내용은, 주유왕이 왕후를 내치고 魔性의 포사에 빠져 나라를 망치고 건융의 칼에 죽은 고사에서 유래되었다고 함
* 유안진 민속시집 『알고(考)』/ 천년의시작, 2009. 7. 30.
.......
죽부인, 죽노, 부채, 선풍기, 에어컨도
산, 바다, 섬으로의 도피도 일회적인 피서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더위를 식히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지 고민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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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부인, 죽노, 부채, 선풍기, 에어컨도
산, 바다, 섬으로의 도피도 일회적인 피서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더위를 식히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지 고민에 이르게 된다.
<전설의 고향> 귀신과 사귀어 보면 어떨까?
귀신과의 데이트.
여름애첩에 키득키득하고 있을 당신들,
한 번 실행해 보시길...
오싹오싹 그 자체이리라.
이히히히~~~
(오늘도 내 마음의 남극에 들며,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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