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시란, [김재혁]

초록여신 2009. 7. 21. 09:59

 

 

 

 

 

 

 

 

 

 

 

 

 테러다, 방 안을 가득 채우며 굳어가는 침묵에 대한, 살금살금 다가와 내 아내의 얼굴에 모래를 휙 뿌리고 도망치는 세월에 대한, 다가오면서 아무런 빛도 던지려 하지 않는 쌀쌀맞은 미래에 대한, 어린 시절 옆자리 동무의 뱃속을 칡넝쿨처럼 주름지게 했던 텅 빈 가난에 대한, 네 삶의 마지막 한 걸음은 홀로 떼어놓아야 한다는, 그리하여 삶은 커다란 질문 끝에 매달린 스치는 햇살이라고 하는 잿빛 노을에 대한, 침묵의 방 안에 마지막으로 울려 사라질 바람소리에 대한, 테러다, 시란.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다, 시란. 부스럼 병에 걸렸던 볼테르를 수백만의 입자로 낮게 해준 레몬주스의 힘, 그게 바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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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지> 겨울호

 

 

 

* 좋은시 2009, 삶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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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레몬주스의 힘.

시란, 향긋한 커피 한 잔.

시란, 그 모든 것을 제대로 순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란 ㅡ 한 알의 비타민이다고 믿는,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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