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떠들썩한 슬픔 [고영]

초록여신 2009. 6. 8. 03:50

 

 

 

 

 

 

 

 

 

 

 

상가喪家에 오면 왜 이리 입맛이 당기는 걸까

친구의 영정 앞에서는 한층 맹렬해지는 식욕들

기름 둥둥 뜬 벌건 육개장 국물에

살코기 몇 점

허겁지겁 입 속에 밀어 넣는다

식은 돼지머리 편육에 연거푸 소주잔을 기울인다

몹쓸 놈의 허기가 눈치마저 잃어버렸나,

큰소리로 국 한 그릇 더 시켜놓고

눈물 한 번 베고

썩을 놈, 죽일 놈, 무책임한 놈

시끌벅적 영안실이 떠나갈 듯 지껄여댄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다들 이렇게 생생하다고

망자亡者가 된 친구에게 과시라도 하듯

벌건 육개장 국물에 밥 말아 왁자지껄

우적우적 먹어댄다

고깃점에 눈물이 우러나도록 잘근잘근

망자亡者의 생애를 씹어 삼킨다

짜디짠 슬픔을 꾸역꾸역

간사한 입 속으로 우겨 넣는다

 

 

 

 

 

*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문학세계사(2009.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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