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덤보다 더 좋은 곳이
무덤 밖이란 것도 알고 있지
나는 빗물이 아니라 빗방울을 느끼고 싶었지
어둠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
뼈는 살 속에 있어야지
내게 살을 줘 거죽을 입혀줘
내 머리엔 총구멍이 아니라
어릴 적 놀다 부딪친 그 흉터만 있으면 돼
내 나이는 지금도 스물셋
애인, 애인이란 얼마나 황홀한 거야
난 기록을 위해 죽을 수 없지
그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아무도,
소리 없는 죽음, 순간의 죽음이 얼마나 억울한지
대검의 길이는 왜 그리 길었지
일 밀리미터씩 일 밀리미터씩 밀려왔지, 아니 사실은
그렇게 계측할 수 없었어
백년의 아픔이 빛의 속도로 저며왔지
사르르 저며왔지
내 뼈가 보이니 내 퇴색된 뼈
부서진 머리, 어딘가로 사라진 내 머리 한 조각
* 그네 / 창비, 200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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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만
1969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가 있다. '일과 시' 동인과 '리얼리스트100'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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