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부석사 무량수 [정일근]

초록여신 2009. 6. 1. 06:42

 

 

 

 

 

 

 

 

어디 한량없는 목숨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無量壽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시와시학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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