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먼 허공
저 진창의 지상을 내려보며
하필 눈송이는 그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붙잡고 안도하고 싶었을까
그 위태로운 선택이
그를 눈꽃이라 부르게 했으리라
지상의 모든 꽃은 그래서
제 몸에서 가장 먼 곳에 저를 피운다
심지어는 없는 길을 내어 허공에
꽃을 피우는 덩굴도 있잖은가
하느님이 들여다보고 들어주시는 기도는
제 뿌리도 제 몸도 눈치 못 채게
은밀히 피우는 꽃이라서,
머언 하늘에 피우는 꽃이라서,
저 눈송이처럼
그 끝에 매달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어서,
하 아름다워서,
당신이 애초에 만드신 그 모습이어서
나를 더 위태롭게 하소서
* 마늘촛불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캔맥주를 마시며 [복효근] (0) | 2009.04.30 |
---|---|
책의 등 [고영민] (0) | 2009.04.27 |
꽃이 졌다는 편지 [장석남] (0) | 2009.04.27 |
네 입속에 혀를 밀어넣듯 [고영민] (0) | 2009.04.23 |
헌 신 [복효근] (0) | 2009.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