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위태로움을 위한 기도 [복효근]

초록여신 2009. 4. 27. 20:28

 

 

 

 

 

 

 

 

 

깜깜한 먼 허공

저 진창의 지상을 내려보며

하필 눈송이는 그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붙잡고 안도하고 싶었을까

 

 

그 위태로운 선택이

그를 눈꽃이라 부르게 했으리라

 

 

지상의 모든 꽃은 그래서

제 몸에서 가장 먼 곳에 저를 피운다

심지어는 없는 길을 내어 허공에

꽃을 피우는 덩굴도 있잖은가

 

 

하느님이 들여다보고 들어주시는 기도는

제 뿌리도 제 몸도 눈치 못 채게

은밀히 피우는 꽃이라서,

머언 하늘에 피우는 꽃이라서,

저 눈송이처럼

그 끝에 매달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어서,

하 아름다워서,

당신이 애초에 만드신 그 모습이어서

 

 

나를 더 위태롭게 하소서

 

 

 

 

* 마늘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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