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이 왜 돌아오냐 부메랑은
짐승을 잡는 도구 짐승을 때려
잡는 도구다 던지면 즉사시킬 수 있는
그런 도구다 돌아오는 부메랑은
잘못 던진 부메랑
부메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메랑은
허탈히 집에 가기 위한
참회의 도구 실수를 대비한
도구가 아닌 포기의
도구 굴복의 도구 나의
부메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단 한 번 단 한 발의
부메랑은 내 손을 떠나
일물일시一物一矢처럼 정확하게
즉사시킨다 돌아오는
부메랑은 잘못 던진
부메랑이면 부메랑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미
그리고 온통
다 잘못된 마음이다 부메랑은
최대한 겸손
자비
잘못 던진 부메랑은 돌아와
내 고환을
내 두개골을
관통시키리 파열시키리
박살 내리 그게
부메랑을 만든 뜻이며
자기가 만든 그 부메랑과의
약속이다 내가
던진 부메랑은
짐승을 관통하고 회전하여
우주로 날아간다
나는 그 짐승을 들쳐메고 돌아와
먹는다 은하수 펑펑 쏟아지는 밤
그 칭송과 찬양의 별빛이
그 부메랑이다
그러니
나로하여금
부메랑을
던지게 하지
말게 하라
나는 단 한 번이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수,금 연재)/한국대표시인 70인-시, 사랑에 빠지다
'한국대표시인 70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 하나의 이름 [이제니] (0) | 2009.04.24 |
---|---|
나는 네가 [박상순] (0) | 2009.04.17 |
연애의 횟수 [김경미] (0) | 2009.04.15 |
그 집에는 [이수명] (0) | 2009.04.10 |
화염국 [남진우] (0) | 2009.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