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부메랑 [김영승]

초록여신 2009. 4. 15. 18:57

 

 

 

 

 

 

 

 

 

 

 

 

부메랑이 왜 돌아오냐 부메랑은

짐승을 잡는 도구 짐승을 때려

잡는 도구다 던지면 즉사시킬 수 있는

그런 도구다 돌아오는 부메랑은

잘못 던진 부메랑

부메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메랑은

허탈히 집에 가기 위한

참회의 도구 실수를 대비한

도구가 아닌 포기의

도구 굴복의 도구 나의

 

 

부메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단 한 번 단 한 발의

부메랑은 내 손을 떠나

일물일시一物一矢처럼 정확하게

 

 

즉사시킨다 돌아오는

부메랑은 잘못 던진

부메랑이면 부메랑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미

그리고 온통

다 잘못된 마음이다 부메랑은

 

 

최대한 겸손

자비

 

 

잘못 던진 부메랑은 돌아와

내 고환을

내 두개골을

관통시키리 파열시키리

박살 내리 그게

 

 

부메랑을 만든 뜻이며

자기가 만든 그 부메랑과의

약속이다 내가

 

 

던진 부메랑은

짐승을 관통하고 회전하여

우주로 날아간다

 

 

나는 그 짐승을 들쳐메고 돌아와

먹는다 은하수 펑펑 쏟아지는 밤

 

 

그 칭송과 찬양의 별빛이

그 부메랑이다

 

 

그러니

나로하여금

 

 

부메랑을

 

 

던지게 하지

 

 

말게 하라

 

 

나는 단 한 번이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수,금 연재)/한국대표시인 70인-시,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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