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시인 70인

월식 [위선환]

초록여신 2009. 4. 8. 10:32

 

 

 

 

 

 

 

 

 

 

 손가락을 세워서, 삼촌은 눈을 찔렀다. 두 눈을 움켜쥐고 저수지로 걸어 들어간

 삼촌의

 물이 찬 뱃속에는 물에 젖은 보름달이 들어 있었다.

 

 

 뒤따라 걸어 들어간 여자는 사지를 벌리고 누워버렸다. 건져 올린 여자의 손눈썹엔 서리 내린 듯 달빛이 묻어 있었지만

 정작은, 거의 베어 먹어서

 눈썹같이 휘인 잔영만 남은 달이

 여자의 잇바디에 물려 있었다.

 

 

 옛적에 가옵신 선인들께옵서도 달님을 젓수시었겠지요? 家系의 암흑과 빠져 죽는 내력에 대하여는 대답 못한다.

 

 

 내 차례가 왔다. 며칠째 저수지를 배회했지만, 나는 눈이 어둡고 물은 깜깜해서

 걸어 들어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無明이 나를 살찌웠다. 사실 나는 눈초리까지 살이 쪘다. 나의 찐 살은 나를 가리었고, 지금은 훨씬 찐 살이

 달을 가리고 있다. 나는 암흑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시, 사랑에 빠지다

 

 

   2009.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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