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외로워하지 마라 [김완하]

초록여신 2009. 3. 3. 04:34

 

 

 

 

 

 

 

 

 

네가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그리움이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젖은 풀잎 하나

네 등 뒤에 얼굴을 묻기 때문이다

 

 

네가 외로워하면

이 세상이 다 외로운 것이다

지상에 꺼지지 않는

마지막 등불 하나도

바람 앞에 몸을 내줄 것이다

 

 

너를 잃어버리고

세상의 손길에 모든 것을

기대어 설 때도

하늘의 별 하나는 깨어 있다

 

 

너를 모두 잃고

세상이 되돌려주기 기다리며

깊은 잠을 설칠 때

들녘에 집 잃고 헤매는

반딧불 하나 쉬지 않고 길 간다

 

 

세상의 반은 세찬 파도지만

또 나머지 반은 섬이다

사랑을 잃고, 길이 보이지 않아

몇 밤을 지새운 뒤에야

진정 이 세상을 껴안을 수 있다

 

 

 

 (현대문학 8월호)

 

 

 

 

*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