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의 그리움이 너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젖은 풀잎 하나
네 등 뒤에 얼굴을 묻기 때문이다
네가 외로워하면
이 세상이 다 외로운 것이다
지상에 꺼지지 않는
마지막 등불 하나도
바람 앞에 몸을 내줄 것이다
너를 잃어버리고
세상의 손길에 모든 것을
기대어 설 때도
하늘의 별 하나는 깨어 있다
너를 모두 잃고
세상이 되돌려주기 기다리며
깊은 잠을 설칠 때
들녘에 집 잃고 헤매는
반딧불 하나 쉬지 않고 길 간다
세상의 반은 세찬 파도지만
또 나머지 반은 섬이다
사랑을 잃고, 길이 보이지 않아
몇 밤을 지새운 뒤에야
진정 이 세상을 껴안을 수 있다
(현대문학 8월호)
*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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