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물결나비가 숨긴 세상 [유하]

초록여신 2009. 1. 22. 21:24

 

 

 

 

 

 

 

 

 

 

 

햇살 아래 빛나는 과일처럼 열망했던 것들,

참나무의 푸른 수액 같은 희망과

온밤을 통과하여 얻은 고통의 꽃가루

 

 

물결나비 훨훨 전 생애의 상처를 구부리며 날아올 때

들판 가득 물결치는 엉컹퀴 꽃의 둥근 환희여

아, 제 넋을 풀어 그린 무늬가 다름 아닌 세상이었음을,

 

 

나는 듣는다, 저문 날의 끝에서

지워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마지막 물기의 아우성,

빛과 꿀의 매혹은 저리 깊어서

온몸에 삶의 굴욕 진드기 떼처럼 들끓나니

 

 

나비여, 부디 바람의 처음으로 장악하는 날개 속으로

나를 깃들게 해 다오

질긴 향기의 거미줄도 목숨도 없이

뭉게구름꽃 자멸하듯 피어나는 그곳으로

 

 

 

 

* 세상의 모든 저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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