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의 뒤를 따라서 15뿐쯤 갔을까, 어설픈 실루엣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등 너머 비몽사몽간에 느껴지는, 내가 살았던 적이 없는 나의 집, 나의 냄새가 절어 든 안방에는 나를 기다려 수절하는 내 그림자가 있었다
추억 밖의, 지워진, 잊혀진 무의미가, 그리움 밖의 사건 속 주인공이 되어, 폭우와 폭풍과 땡볕의 여름 에너지를 충전 받아가며 나를 기다린 모양, 많이 탈색되어 있었다
내 그늘을 덧입으려고 페이지를 넘겼는데, 넘겨도 넘겨도 같은 페이지였다, 진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찾아 첫줄부터 읽는 사이, 내 그림자는 벌써 떠나가 버렸고, 그의 실루엣만 가뭇이 뒤따르고 있었다, 붙잡으려고 허우적거리는데, 든 적도 없는 잠이 눈꺼풀을 비비며 하품하고 있었다.
* 거짓말로 참말하기,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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