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다시 무성해지는 어둠 [장석원]

초록여신 2008. 12. 8. 07:03

 

 

 

 

 

 

 

 

 

인간과, 그림자

사이에,

아름다운 저녁이 시작되는데,

 

 

도로는 조금 더, 어두워진 것일까

식물들이, 무한을 향해

뒤틀리는 순간 번뜩이는 것.

 

 

두부, 식빵, 커피 믹스를

비닐봉지에 넣고,

같은 티셔츠를, 같은 현실을,

복제된 거리를,

걸어가는, 한 사람의 발자국을,

천천히 밟아가는 중,

 

 

그대는 왜, 나의 졸음 속으로

어떻게, 이 시간의 횡단보도에,

나타났는가 나를 기다렸는가.

 

 

유진상가 네거리

하품하는 저, 그림자에,

달라붙는, 불빛 불빛

2초마다 깜박거리는, 불빛.

 

 

그대는 누구를, 찾아왔는가

빨리 도착한, 사랑을

모두가 알고 있는, 공포를

정지,

시키기 위해, 나는 정지하기 위해.

 

 

 

 

* 태양의 연대기, 문학과지성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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