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여 있는, 그러나 흔들리는
우포에서
후두둑, 빗방울이 늪을 지나면
풀들이 화들짝 깨어나 새끼를 치기 시작한다
녹처럼 번져가는 풀,
진흙뻘을 기어가는 푸른 등 같기도 하다
어미 몸을 먹고 자란 우렁이 새끼들도 기어간다
물과 함께 흔들리고 있는 풀들 사이로
빈 우렁이 껍데기들 떠다닌다
기어가는, 그러나 묶여 있는
고여 있는 그러나 흔들리는
비가 아니었다면
늪은 수만년을 어떻게 견뎠을까
무엇으로 흔들림의 징표를 내보였을까
후두둑,
후두둑,
후둑후둑......
늪 위에 빗방울이 그려넣는 무늬들
오래 고여 있던 늪도
오늘은 몸이 들려 어디로 흘러갈 것만 같다
* 어두워진다는 것,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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