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곽재구]

초록여신 2008. 11. 15. 19:37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실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 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 바다가 푸른 이유(생명평화 탁발 시 모음) /  詩와에세이, 2006.

 

 

 

.......

그런 날이  올  수 있으리라.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너무 아름다워

눈부신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기에

오늘을 또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런 날을 꿈꾸며,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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