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에서 가장 높이 자란 저 먼 나라 삼나무는 뿌리에서 잎까지 물이 올라가는 데 꼬박 24일이 걸린다 한다
나는 24일이라는 말에 그 삼나무가 그립고 하루가 아프다
나의 하루에는 쏙독새가 울고 나비가 너울너울 날고 꽃이 피는데
달이 반달을 지나 보름을 지나 그믐의 흙덩이로 서서히 되돌아가는 그 24일
우리가 수없이 눕고 일어서고 울고 웃다 지치는 그 24일이 늙은 삼나무에게는 오롯이 하나의 小天이라니! 한 동이의 물이라니!
나는 또 하루를 천둥 치듯 벼락 내리듯 살아왔고
산그림자를 제 몸 안에 거두어 묻으며 서서히 먼 산이 저무는데
저 먼 산에는 물항아리를 이고 산고개를 넘어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는 샘물 같은 산골 아이가 있을 것만 같다
* 가재미, 문학과지성사(2006)
.......
토요일 인사동 정모에서 소누렁님께서 애송하시는 시라면서 낭송해 주셨답니다. 시집을 가지고 있었던 저는 대충 읽어서 이 시가 시집에 있었던가 하면서 좋아하는 시만 솎아읽기를 즐기는지라 굉장히 시집에게, 또한 시인에게 미안했었답니다.
그 미안함에 집에 와서 시집을 뒤지고, 다시 읽고 저 삼나무의 삶과 달의 삶과 인간의 24일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보았답니다.
우리가 수없이 눕고 일어서고 울고 웃다 지치는 그 24일의 의미에 대해서요.
좋은 시 새롭게 읽도록 해주신 소누렁님께 감사드립니다.
(아, 24일의 의미 앞에서 -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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