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홍시 [최명란]

초록여신 2008. 10. 28. 14:51

 

 

 

 

 

 

 

 

 

늙었으나 익지 않은 것

익었으나 늙지 않은 것

주물러 무른 감도 떫기는 마찬가지

그늘에서 실실 말려야 맛이 드는 법인데

살과 뼈 다 털린 할머니 뱃속

든든히 채워주기 위해

오늘도 오글오글 베란다에 누웠다

가시나들

볼록볼록 빨간 맨가슴을 드러내고

 

 

 

 

*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 랜덤하우스(2008)